'); }
Aug
04
Posted on 04-08-2010
Filed Under (Uncategorized) by admin on 04-08-2010
제목  [세계일보] “나는 살고 싶습니다” 슬프고 불편한 진실 ‘반달곰의 눈물’
10살 되면 웅담 빼낸 뒤 도살
비좁은 철창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죄 없는 사형수’20100726000966_0
[로컬세계]한평 남짓한 철장 안에서 새끼 반달곰이 태어났다.새끼 곰 ‘반달이’는 철창 안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철창 밖 야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싱싱한 나뭇잎과 과일이 풍성하지만 철창 안에서는 개사료를 먹어야 한다.

새끼 곰 ‘반달이’는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친구 곰들은 철창생활을 참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시름시름 아프기 일쑤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다리가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반달이’는 한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걱정이 앞선다. 형이 그랬듯이 자신도 10살이 되면 쓸개를 인간에게 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육된 목적은 인간들이 좋아하는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지금부터 한국에서 웅담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 1140마리의 슬프고 불편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 세계에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새끼 곰 ‘반달이’의 눈을 통해 본 사육 곰의 절망과 절규를 지면에 담아 본다. (편집자 주)

20100726001042_01
난 인간을 위한 마루타가 아닙니다…  난 곰입니다…  난 생명입니다…

[로컬세계] 원래 우리 조상들은 말레이시아 등에서 살았습니다. 미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을 데려와서 노예로 부렸듯이 우리도 30년 전에 이곳으로 팔려왔습니다.

그렇게 팔려온 조상들은 66개 사육장의 비좁은 철창에 갇혀 지금까지 30년을 살아왔습니다. 우리 엄마와 아빠의 고향은 말레이시아지만 나는 이 철창이 고향입니다. 

1981년부터 1985년까지 5년 동안 우리 선조들 493마리가 한국으로 수입됐습니다. 한국으로 팔려온 선조들은 일정 기간 사육되어 다른 나라로 팔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1981년 일정한 시설을 갖출 경우 곰, 호랑이, 사자, 늑대 등 맹수류를 수입해 사육한 뒤 다른 나라로 되 팔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1985년 멸종위기 종인 우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높아지자 한국 정부도 곰의 수입과 수출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우리의 불행이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사육농가들은 하루아침에 수출이 금지되자 우리 부모와 형제들을 철창 안에 방치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우리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죠. 그리고 25년이 흘렀습니다. 1140마리로 늘어난 사육 곰들은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병들어 죽거나 ‘장애 곰’이 되어야 했습니다. 

어떤 곰은 하루 종일 철창을 물어뜯다가 어금니가 송두리 체 빠져나가고, 어떤 곰은 온몸의 털이 빠져 벌거숭이 되기도 했습니다. 내 친구인 ‘아가 곰’은 그만 다리가 잘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어떤 곰은 온통 분뇨로 가득한 우리 안에서 생활하기도 했답니다.

우리의 수명은 23~25년 정도 입니다. 1993년 한국 정부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우리를 도살할 수 있는 나이를 24년 이상으로 정했답니다. 우리의 수명을 감안할 때 사실상 도살을 금지한 것이죠.

사육농가들은 돈도 안 되고 사료만 축내는 우리가 미웠겠지요. 어려운 형편에 먹성 좋은 우리들에게 사료를 먹이려니 농가 허리가 휘청했을 거예요. 사육 농가들은 사실상 도살이 금지된 법 때문에 사료 값조차 마련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답니다. 

결국 한국 정부는 2004년 우리를 도살할 수 있는 나이를 10살로 크게 낮췄습니다. 곰 나이 10살이면 사람 나이로 30살 정도 됩니다. 

우리를 도살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자 사료 값에 부담을 느낀 농가 주인들은 우리의 쓸개인 웅담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웅담을 무척이나 좋아 합니다. 우리 형도 내 눈 앞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느 날 손님이 사육장에 찾아왔는데 농장 주인이 우리 형을 도살해 웅담을 손님에게 직접 확인시켜 줬습니다. 19g에 불과한 웅담을 위해 10여년을 좁은 철창 속에서 보내고 끝내 도살돼 축 늘어진 150㎏에 이르는 형의 모습이 너무 슬펐습니다. 

난 너무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든든한 철창살이 가로막아 비좁은 철창 안을 서성이는 것으로 놀란 가슴을 달래야 했습니다.

간혹 용감한 곰들은 살기위해 우리를 탈출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몇 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옵니다. 탈출한 뒤 배고파 농가를 기웃거리다 사살되는 것이죠. 

똑같은 곰인데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지리산 반달곰은 한국에서 살아온 토종을 복원해서인지 한국 정부에서 무척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 키우고, 방사한 뒤에도 전담 인력을 투입해 관리한다고 합니다. 우리 같이 웅담 때문에 사육되는 ‘이주 곰’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우리 형같이 죽고 싶지 않습니다. 비좁은 철창 안에서 지내는 것도 너무 끔찍합니다. 매일매일 개 사료를 먹는 것도 지겹습니다. 난 개가 아닙니다. 가축도 아닙니다. 웅담을 빼내기 위한 마루타도 아닙니다. 난 곰입니다. 곰같이 살고 싶습니다.

 

20100726000969_01
한 사육장에서 발견된 다리가 잘린 새끼곰. 2~3살로 추정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살려내자” 

‘반달이’와 같은 사육 곰을 살리기 위해 녹색연합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발 벗고 나섰다.

녹색연합과 홍 의원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웅담 채취용 곰 사육 폐지를 위한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에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는 곰 사진과 지난 7년간 곰 사육 폐지 활동을 담은 영상물, 철장 안에 갇힌 곰의 실제 크기와 비슷한 곰 모형 등을 전시했다. 

녹색연합과 홍 의원은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곰의 비윤리적인 실태를 고발하고 제도개선을 모색하고자 전시회를 개최했다.

녹색연합은 사육곰 합법화 폐지를 위해 홍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의 지지서명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0여명의 지지서명을 받은 녹색연합은 환노위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도록 활동을 전개중이다. 

녹색연합은 입법 활동과 더불어 전문가, 학계, 시민단체, 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정부가 사육 곰을 매수하는 방안과 별도 시설을 마련해 사육 곰을 관리하는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녹색연합의 사육 곰 합법화 폐지운동에 시민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녹색연합 홈페이지(bear.greenkorea.org)를 통해 서명한 시민은 22일 현재 6만8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곰 사육 실태에 놀라움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인간으로서 창피하다.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희생되고 있는 생명이 하루 빨리 보호받길 바란다”, “야생 곰을 가두지 마세요”, “우리의 잘못된 보신문화가 부끄럽다”, “곰사육 정책을 꼭 폐지해 달라”며 아쉬움과 슬픔을 표하면서 폐지 활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녹색연합과 함께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올 상반기 중 사육 곰 합법화 폐지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홍 의원실의 관계자는 “전문가와 국제기구의 자문을 받아 특별법 형태로 입법안을 작성할 계획”이라며 “상반기 중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컬서울 = 신은호 기자 eunho@segye.com

2010년 7월 26일자 세계일보 기사입니다. 

(0) Comments    Read More   
Post a Comment
Name:
Email:
Website:
Comments:
Security Code: